윤이 과거 로그 1편.
서 윤의 마법사 각성 이전 ~ 해방 전까지의 시기를 다룹니다. (1930년 초~1944년 경)
역사적 고증이 완벽하지 않습니다.
윤이의 우자 친구 시점의 로그입니다.
비속어가 필터링 없이... 많이 나옵니다. 좀 많이...
직접적이진 않지만 살인과 고문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연출 상 문장 사이가 비어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드래그하면 보입니다!
좀 많이 깁니다... (약 2만 9천자)
냉정하고, 냉철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매사에 덤덤하고, 두려움 따위는 모르고, 절대 울거나 무너지지 않고, 다른 이에게 의지하지도 않고, 언젠가 찾아올 봄날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좀 많이 미친놈.
누구 얘기냐고?
있어, 내 친구.
수많은 동지들을 탄압한 민족의 배신자를 처단하러 갔던 날이었다. 조선인으로 태어났으면서 제 조국을 배신하고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한 개자식. 제 나라를 되찾으려 했을 뿐인 동포들에게 망설임 없이 사형을 구형한 악명 높은 검사. 그렇기에 처단해야만 했다. 죽여서 그 행보를 멈춰야만 했다.
목표를 제외한 이들은 저택을 비웠다. 세 명의 자식은 며칠 동안 친척 집에 머문다고 했고, 상주하는 몸종들은 잠에 들었을 시각이었다. 고요한 새벽. 인적 없는 저택에 숨어드는 건 쉬웠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였다. 하지만 단 하나 예상하지 못한 건, 목표가 이미 죽어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그 아들의 손에.
목표에 대한 정보 수집을 맡았기에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서 윤. 내가 오늘 죽여야 했을 목표의 장남. 이런 시기에 동경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의사. 매국노의 자식으로서 여태 곱게 자라 호의호식했을 그 도련님의 손에, 어울리지 않는 흉기가 들려 있었다. 어둠에 잠긴 터라 그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질 않았다.
내 총구가 그를 향하자, 녀석은 피 묻은 단검을 바닥에 내려두고 순순히 양손을 들었다. 까딱거리는 내 손짓에 몇 걸음 걸어 나왔다. 달빛에 희미하게 드러난 그의 얼굴은 방금 제 아비를 살해한 자의 것이라기엔 지나치게 담담했다. 총을 겨눠진 자의 표정으로도 어울리지 않았다.
“저도 처단 대상입니까?”
그의 목소리 역시 표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침착하게 울리는, 떨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저음. 제 죽음을 입에 담으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위화감까지 들었다. 설마 암살 목표는 죽은 척하고 있는 것뿐이고, 그렇다고 하자마자 내게 달려드는 건 아닌가? 같은 생각이 스쳤다. 나는 긴장을 풀지 않고 녀석을 주시하며 거짓을 입에 담았다.
"... 그렇다면, 어쩔 셈이지?"
예상과는 달리, 녀석은 내게 덤벼들지 않았다. 살려달라고 빌지도 않았다. 그저 방금처럼 덤덤하게 입을 열 뿐이었다.
"어차피 죽일 거라면, 좀 더 쓸모 있는 죽음을 원합니다만... 기회를 주시겠습니까?"
"쓸모...?"
"아무렴, 몸에 폭탄을 휘감고 왜놈들과 동귀어진이라도 하는 게 여기서 죽는 것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잠시간 할 말을 잃었다. 뭐 이런 미친놈이 다 있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 놈에게 물었다.
“우리의 계획을 알고 있었나?”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정보가 대체 어디서 새어 나간 건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로 놈을 바라보며 답을 기다렸다. 녀석이 지금까지와 다를 바 없는 목소리로 입을 열어 긍정했다. 총상을 입고 골목 한구석에서 죽어가고 있던 단원을, 녀석이 데려다가 살린 모양이었다. 그를 치료하던 중 ‘우리’가 곧 그의 아비를 암살하려 한다는 내용의 피 묻은 서신을 보았다고 했다. 암호문으로 쓰여 있었을 텐데 잘도 해독했네.
“... 그래서 네 아비를 죽였다고?”
“당신들 손에 죽게 두나, 내가 죽이나. 어차피 죽게 되는 건 같지 않습니까.”
같겠냐 이 미친놈아.
“경찰에 신고하거나 네 아비에게 알렸다면 결과가 달랐을 텐데.”
“... 제 선택이, 답이 되기엔 부족하였습니까.”
녀석이 바닥에 놓인 단검에 시선을 주었다. 제 아비의 피가 흥건히 묻어 있는 흉기였다. ... 친부를 죽이다니, 어지간한 각오로는 하지 못할 일이었다. 애초에 정상인이라면 사람을 죽이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다. 그러나 녀석은 아주 태연하게 일을 쳤다. 미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시대임을 감안해도, 녀석은 제대로 돌아 있었다.
"저는 부끄러운 사람이었습니다. 동포들의 고혈로 만들어진 돈으로 호의호식했고, 그들의 아픔을 모른 척했으니까요."
부정하지는 않았다. 죽을죄까진 아니지만, 그 돈의 출처를 알면서도 매국노의 아들로서 떵떵거리며 사는 건 부끄러운 일이 맞았으니까.
“... 하지만 더는 부끄러운 사람이고 싶지 않습니다. 죽더라도 당당하게 죽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 믿을 수 있나? 나는 아직 이 녀석이 어떤 놈인지 모른다. 제 혈육의 피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묻히는 미친놈일 뿐일지도 모른다... 내게서 답이 없자 녀석이 초조한 투로 빠르게 말을 덧붙였다.
“저를 살려두면 어디든 써먹을 곳이 있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의사입니다. 총상도 볼 줄 압니다. 다친 그 동료 분도 반드시 회복시켜 보이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믿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쉽게 죽일 수도 있을 텐데.”
“... ... 틀린 말은 아니군요. 실제로 ‘쉽게 죽였’으니까요.”
녀석의 시선이, 제 아비의 시신에 닿았다. 달빛에 어슴푸레하게 비친 시신의 상태는 목 부근을 제외하고는 꽤 깔끔했다. 경동맥을 노려 단번에 죽인 건가.
“신뢰가 없어 무엇도 맡길 수 없다면, 2층 맨 끝 왼쪽 방의 옷장 바닥을 들춰보십시오. ... 저를 죽인 후에 가져가시면 되겠습니다.”
“그 안엔 뭐가 있지?”
“폭탄입니다. 원하는 곳에 쓰십시오.”
대체 도련님이 그런 걸 왜 갖고 있는데. 묻기도 전에 녀석이 눈을 감았다. 세상만사에 무감해 보이는 표정인 주제에 죽음이 두렵긴 한 모양이었다. 녀석의 손이 떨리고 있는걸 보고 픽 웃었다. 그냥 미친놈인 줄 알았는데 네 놈도 사람이긴 하구나. 나는 가까이 다가가 바닥에 떨어진 흉기를 주웠다.
“이건 가져간다.”
나는 유유히 살인 현장을 빠져나와, 아까 녀석이 말했던 방에 들어가 옷장 바닥을 들춰보았다. 뭐. 죽이고 가져가랬지만 안 죽이고 가져가도 상관없지 않을까? 나는 그 아래에 숨겨진 가방을 챙겨 저택을 떠났다.
녀석이 치료했다던 ‘우리’의 단원은 무사히 회복된 채로 돌아왔다. 살인 사건의 범인이랍시고 내 얼굴이 시내 곳곳에 벽보로 나붙지도 않았다. 그저 ‘신원 미상의 불령선인’에 의한 미제 사건으로 종결되었을 뿐. 게다가 폭탄 역시 진짜였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고받은 단장님은 녀석을 시험해 보기로 결론지었다.
그렇게 수개월 후, 녀석은, 아니. 윤이는 ‘우리’의 동지로서 다시 나와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총을 겨누는 대신 맨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윤이는 이전의 덤덤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손을 맞잡았다. 나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참 한결같은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갑내기라 그런지 나는 빠르게 윤이와 가까워졌다. ‘우리’가 모일 때는 주로 무거운 이야기가 오갔으므로 윤이는 시종일관 어둡고 차가운 표정만을 지었지만, 가끔 사적인 잡담을 나눌 땐 웃기도 했다. 주로 동생들 이야기를 할 때에 미소를 지었다.
다섯 살 터울의 남동생 진 군과 열두 살 터울의 누이동생 율 양. 윤이는 두 동생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했지만, 누이동생에게는 각별히 신경을 쓰고 더 아끼는 것 같았다. 그럴 만한가. 이전 암살 준비 때, 목표 근처에서 잠입하다가 들었던 ‘지 어미 잡아먹고 태어난 쓸모없는 계집’이란 말을 생각해 보면... 쓰레기 같은 아비 대신 윤이라도 제 누이를 보호해야 했을 터였다. 나라 팔아먹고 자기 딸 구박하는 쓰레기한테서 어떻게 윤이 같은 자식이 나왔지?
“무슨 생각 해.”
“내가 너무 잘생겼단 생각?”
천연덕스럽게 아무 말을 지껄이자 윤이의 얼굴에 미미한 경멸이 서렸다. 뭘 꼬라봐 이 새끼야.
“이 형님 얼굴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드냐?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데- 혼인조차 못 하게 생겼으니.”
“...? 하면 되지.”
“매일 목숨 걸고 뛰어다니는 놈에게 혼인은 무슨. 그거 사치다, 사치. 어떤 여인이 목숨 내놓고 다니는 사내를 좋아하겠냐?”
“해방 후에 하면 되지.”
“... ...”
‘우리’의 동지라면 누구나 그날을 바란다. 빼앗겼던 모든 것을 되찾는 그날을 바란다. 침략자를 몰아내고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건 소망이자 목표일 뿐이었다. 내가 목숨을 백 번 버린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가는 길은 컴컴한 어둠 속에서 등불 하나를 들고 나아가는 것과 같았다. 그저 저 끝에 희망이 있으리라 믿고 갈 수밖에 없는 여정.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가시밭길.
그래서일까. 담담한 투로 확신하는 윤이의 말이 괜스레 마음을 울렸다. 흔들리지 말라고 잡아주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꿈이든 뭐든 포기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려서.
“... 고맙다.”
윤이가 아무 말 없이 가볍게 웃어주곤 고개를 돌렸다. 별거 아니라는 듯, 지나가듯 가볍게 한 말인 양 구는 저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괜히 더 주절댔다.
“... 나는 말야. 그날이 오면 고향으로 돌아갈 거다. 가서, 예쁜 부인이랑 같이 아들딸 하나씩 낳고 오순도순 살고 싶어.”
“좋은 꿈이네.”
“야. 듣지만 말고 너도 말해.”
“나야 뭐... 동생들 잘 살 수 있게 뒷바라지해야지.”
“참 나. 그게 꿈이냐?”
“나 때문에, 뭘 해도 부모 없는 놈들이라고 무시당할 테니까. 내가 책임져야지.”
윤이가 이럴 때마다 내가 녀석의 아비를 죽이러 갔던 그날이 떠올랐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 그날의 일은 절대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윤이는 가끔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이런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게 나를 탓하려 꺼낸 말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저 말을 돌릴 뿐이었다.
“... 그래.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함께 그날을 맞이하자. 각자 원하는 바도 이루고 말이야.”
주먹을 쥐고 그에게 내밀었다. 윤이가 피식 웃고는 맞부딪혀줬다.
‘우리’의 작전은 언제나 위험하다. 그래서 매번 목숨을 걸어야만 했다. 반 이상이 죽는 일도 흔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작전에서 돌아온 단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젠장. 전부 잡혀간 건지, 죽은 건지. 어떻게 된 건지 말해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주님께 기도를 올리는 것 외에는 무엇도 할 수 없었다. ... 이럴 때마다 무력해서 미칠 것 같았다. 으스러트릴 것처럼 묵주를 꽉 쥐며, 누구라도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빌었다. 이번 작전에 참여한 단원들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하나하나 부르면서.
“... 윤아.”
“... ...”
나도 모르게 윤이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었을 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벌떡 일어나 뒤를 돌자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비록 죽상을 하고 있었지만, 윤이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서 윤...! 다행이다, 내가 너 돌아오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 알아. 네 덕에 살았어. ... 고마워.”
윤이가 나를 냅다 끌어안았다. 내 옷깃을 붙든 윤이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윤이의 두려움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바람에 나는 남사스럽게 뭐 하는 거냐고 말하지도, 밀어내지도 못했다. ... 뭐가 내 덕분이야. 살아 돌아온 건 네 힘이지. 내가 한 건 정말 기도뿐인데. 네가 살아돌아오기만 하면 된다고, 그저 그렇게 소원을 빈 것뿐인데.
“... 야, 쫌 놔봐. 그래서 다른... 동지들은?”
“... ... 미안.”
“... ... 그래. 그렇구나.”
... 이런 결과를 전해야 하는 녀석의 마음도 안 좋겠지. 나는 윤이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윤이는 가라앉은 눈으로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입을 열었다.
“... 있잖아.”
“어어. 편하게 말해.”
달싹거리던 윤이의 입술은 어떠한 문장도 뱉어내지 못했다. 한숨만이 새어 나올 뿐이었다. 차마 말할 수 없다는 듯 한참을 망설이던 윤이가 겨우 한 문장만을 뱉어냈다.
“나...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죄책감 때문에 그러냐?”
윤이에게선 답이 없었다. 나는 그걸 내 멋대로 긍정이라 받아들였다.
“죽은 자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도 물론 필요해.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려면, 제대로 ‘살아가려면’, 지금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그게 죽은 동지들이 바라는 일일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
윤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 말이 불길하게 느껴졌던 건 왜일까.
그때 느꼈던 불길함은 역시 기우가 아니었던 것 같다. 서 윤 이 새끼가 생각한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이런 건가?
"두고 가."
그때의 부채감이 여전히 이 놈을 괴롭히는 건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죽으려고 하는 걸까?
“개소리하지 마. 너 지금 서 있지도 못하잖아.”
“너 혼자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잖아.”
나보고 지금 다리에 총을 맞아서 걷기는커녕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너를 두고 가라고? 이게 네가 찾은 방법이냐? 나는 윤이의 멱살을 콱 잡아챘다.
"야. 죽고 싶냐? 죽고 싶어 환장했어? 네가 죽으면 동지들이 살아 돌아오기라도 해??"
"... 죽으려는 거 아니야. 약속할게,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지랄하고 있네.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지. 부축해 줄 테니 일어나기나 해!"
"진심이야. 그러니까 제발 내 걱정 말고 가. 어서. 더 늦기 전에!"
일사불란한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더는 입씨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는 건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젠장, 젠장! 나는 윤이를 두고 뒤돌아 뛰었다. 그렇게 달리고 있자니 윤이가 있던 부근에서 큰 폭발음이 울렸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윤이가 살아있을 리가 없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다. 멈춰 서서 뒤돌아보는 짓은 하지 않았다. 그대로 쭉 달렸다. 윤이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는 없었다. ...개자식. 저럴 거면 살아 돌아가겠다는 약속이나 하지 말던가. 넌 진짜 개새끼야. 이 나쁜 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입술을 깨물었다. ... 윤이 동생들에겐 뭐라고 말하면 좋지. 진 군이면 모를까, 율 양은 아직 많이 어린데...
...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서 윤 그 개자식은 멀쩡히 돌아왔다. 다리에 입은 총상을 제외하고는 다친 곳도 없었다. 뭐? 폭탄을 터트려서 왜놈들의 주의를 끌고 그사이에 도망쳤다고? 그게 말이 되나? 그 주변에 깔렸던 순사가 몇인데 총 맞은 다리로 그사이를 뚫었다고? 이 새끼 설마 다리 말고 머리에 맞았나? 아닌데 그럼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가 없는데.
“... 악마랑 거래라도 했냐?”
“악마? 왜놈들?”
“아니, 그게 아니라... 하. 그럼 뭔데?”
“여태 말한 게 다라니까.”
“구라에 성의가 없네.”
“... 약속 지켰잖아. 방법이 중요해?”
이 뻔뻔한 개자식 봐라.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놈의 멱살을 틀어쥐었다.
“이 새끼 이거 뻔뻔한 거 봐라? 결과가 좋으면 다야? 다냐고? 네 동생들에게도 그딴 말 할 수 있어? 사지에 버리고 가라는 말 할 수 있냐고!!”
“... ...”
“아니지? 그럼 다시는 이따위로 굴지 마, 이 죽으려고 환장한 새끼야.”
“나 안 죽어. 걱정하지 마.”
“지랄하네. 네가 뭔 불사신이라도 되냐? 그럼 내가 어디 한 번 뒈질 때까지 패 볼까? 뒤지나 안 뒤지나 함 봐?”
“■■.”
놈이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잠시간 놈을 노려보다가 멱살을 거칠게 놓았다.
“... 한 번만 더 두고 가란 소리 해. 그땐 내가 죽여버릴 거니까.”
“네가 바란 대로 반드시 살아 돌아올 테니까 걱정 마.”
서 윤 이 미친 새끼는 내 경고가 무색하게 그 뒤로도 위험을 자초했다. 위험하지 않은 임무 따윈 없었지만, 항상 붙잡힐 위험이 큰 역할을 나서서 맡았다. 도망칠 때 일부러 놈들의 시선을 끌며 다른 동지들의 도주로를 확보해 준 적도 종종 있었다. 총에 맞을 뻔한 동지를 끌어안고 대신 다치기도 했다.
그때의 임무에서 혼자 살아남은 이후로 계속 그렇게 군다는 걸 단장님 역시 눈치채신 듯했다. 불러서 한 소리 하신 것 같은데 그 뒤로도 놈의 행동이 바뀌진 않았다.
그럼에도 언제나 살아 돌아오겠다는 그 약속만은 지켰다. 사람 간담 서늘하게 만드는 재주가 뛰어난 새끼였다. 괜스레 짜증이 나서 녀석을 멀리했다. 같은 작전을 수행하는 게 아니면 매일 얼굴 볼 일도 없고, 내가 어디 다치지 않는 이상 내가 먼저 녀석을 찾아갈 필요도 없었으니까. 한동안 꼴 보기 싫다고 바랐기 때문인가, 그 새끼는 나를 마주치더라도 별말 없이 지나쳤다. 정확히는 지나치고 나서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았다. 할 말이라도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놈이 그 미친 짓을 그만두지 않으면 다시 살갑게 굴어줄 생각이 없었다.
... 얼마 후에, 그렇게 한동안 피하던 놈을 다시 제대로 마주하게 될 일이 생길 줄은 몰랐는데.
“... ... 허억.”
분명 고문실에 있었던 것 같은데 눈을 뜨니 장소가 바뀌어 있었다. 도저히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시선만을 굴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 유치장인가. 대체 얼마나 정신을 잃었던 건지. 높이 나 있는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이 새까맸다. 잡혀들어올 때가... 초저녁이었던가. 모르겠다.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몸 여기저기에서 미칠 듯한 격통이 몰려와서 더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걷어차이고 밟힌 곳과 인두로 사정없이 지져진 곳, 차에 치여서 구르는 바람에 부딪힌 곳 어디 하나 빼놓지 않고 아팠다.
쫓기는 중이라 정신이 없어서 그랬던 걸까. 아니면 차 주인이 미쳐가지고 시내에서 속도를 내서 달렸던 걸까. 순사들에게 쫓기던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차에 치여서 화려하게 굴렀었다. 그 덕분에 잡혔고, 젠장... 차를 인지한 순간 몸을 날려 피하려고 했는데, 평소였으면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을 달렸던 터라 지쳐서 그랬는지... 짧은 후회가 침음이 되어 잇새로 흘러 나갔다. 지금 와서 원인을 따져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것보다는 내 끝을 생각해야 했다. 여기서 살아 나갈 수는 없을 테니까. 아무도 날 구하러 오지 않을 테니까. 단장님이 붙잡히셨다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구하려 할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럴 만한 가치가 없다. 그리고 누가 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건 원치 않았다. 죽는 건 실책을 저지른 나 하나로 족하니까.
그러니까, 이미 각오했던 죽음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다. 정말로 무서운 건, 내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놈들이 내게 가할 고문이다. 죽어 버리면 아플 일도 없으니 괜찮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그래. 전혀... ...
... 그런데 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 걸까. 간단하잖아. 있는 힘껏 혀라도 깨물면 되잖아. 대체 왜 안 되는 거야, 왜. 언제나 각오했던 거 아니었어? 내 각오는 고작 이 정도였나? 이 쉬운 걸 왜 못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분했다. 머리와 몸의 의지가 따로 노는 이 상황에 화가 났다. 화가 나서 몸이 떨렸다. 절대로 두려움 따위가 아니라, 분노 때문에-
-철컹.
감옥 문이 열렸다. 한 순사 놈이 내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 제복을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헛숨을 들이켰다. 잘 움직이지도 않는 몸으로 물러나려고 꿈틀댔다. 마음 같아서는 노려보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내가 시선을 내리고 굳어 꿈쩍하지도 않자, 놈이 가까이 다가와 자세를 낮추고 나를 살피다 물었다. ... 뭘 봐 개새끼야.
“聞こえないのか? 立てるか,と聞いている.”
‘들리지 않는 거냐? 일어설 수 있냐고 묻고 있잖아.’ 놈이 그리 물었다. 아- 철창 밖에서 부르셨는데 내가 못 들어서 직접 여기까지 들어오셨나? 눈깔이 발에 달렸나. 지금 내가 그럴 수 있는 상태로 보이는...
“... ...”
익숙한 목소리라고 인지한 순간 사고가 잠시 정지했다. 힘겹게 고개를 들어 크게 떠진 눈으로 놈을 바라보았다. 서 윤 이 미친 새끼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여기가 어디라고?? 왜 혼자야? 설마 혼자 온 건 아니지? 밖에 같이 온 동지들이 있는 거지? 그 제복은 또 어디서 구했냐? 단장님이 허락한 일은 맞고?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단 하나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낼 수 없었다.
“さっさとついてこい.”
아까부터 말투 꼬라지 하고는. 진짜 순사 같네. 동경 유학파라 그런지 발음도 쩔어주시고? 내가 움직이지 못하고 있자, ‘빨리 따라 나오라’고 낮은 목소리로 읊조린 윤이가 내 뒷덜미를 잡고 강제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큭...!”
갑작스럽게 몸이 움직여지자 몰려온 격통에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새어나갔다. 아까 비명을 질러대느라 잔뜩 쉬어버린 목은 이 정도로도 고통을 호소하며 두어 번 기침을 뱉어냈다. 그걸 들었는지 윤이의 움직임이 잠시간 멎었다. 여기까지 왔으면 똑바로 하라는 마음을 담아 쏘아보자, 윤이가 슬그머니 시선을 피하고 나를 철창 밖으로 끌어냈다.
바닥에 다리가 질질 끌리는 채로 끌려가고 있던지라 걷는다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녀석을 따라 유치장 복도를 걸었다. 입구를 지키는 순사 한 놈이 있었지만 늘어지게 하품이나 할 뿐, 윤이의 정체를 의심하거나 멈춰 세우진 않았다. 윤이는 긴장한 기색도 없이 그를 지나쳐 계속 걸어 나갔다. 나를 붙잡은 손에서는 어떠한 떨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겁대가리 가출한 새끼...
“거기 잠깐.”
그때, 뒤에서 한 순사가 우리를 불러세웠다. 윤이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어디 가냐?”
“부장님께서 날 밝기 전까지 뭐라도 알아내라고 하셨습니다.”
윤이는 당황하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술술 답했다. 이 새끼 경극 배우 해야 할 것 같은데.
“수갑은 왜 안 채웠어?”
“도망칠 수 있는 꼴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 근데...”
저벅, 저벅. 뒤에서부터 다가오는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졌다. 윤이는 내 뒷덜미를 꽉 붙잡은 채로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고문실은 반대편인데.”
... 조졌는데? 나는 눈동자만 굴려 윤이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윤이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저 새끼 진짜 어쩌려고. 차라리 지금이라도 날 두고 혼자라도 도망가라고 외치고 싶었다. 아무렴, 내가 걷지는 못해도 순사 한 놈의 발을 붙드는 것쯤은 할 수 있지 않겠어.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윤이는 어떠한 신호도 주지 않았다. 내가 초조함에 돌아버리려고 할 즈음, 순사가 바로 뒤까지 다가와서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뒤돌아. 소속이랑 이름을- 컥.”
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총성이 울렸다. 뒤이어 사람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윤이가 나를 둘러메고 달렸다.
“그렇, 게, 막, 쏴도, 콜록, 괜, 찮냐?”
“각오했던 일이야.”
여기 남아있는 놈들도 귀가 있으면 총성을 다 들었을 테니 도망칠 자신 있냐는 말이었는데. 더 따지기에는 목소리도 잘 안 나왔고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멀리서부터 여러 명의 구둣발 소리와 일본어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못해도 여섯, 아니... 열? 짐짝 하나 들고 있는 윤이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수가 아니었다.
“다른, 동지들은, 어디, 에.”
“혼자 왔어.”
이 미친 새끼가? 너 진짜 목숨 여러 개냐??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 기어들어 와? 말 한마디를 하는 것조차 힘겨워서 차마 내뱉지 못한 욕들이 입안으로 삼켜졌다. 윤이는 내 반응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뒤에서 쫓아오는 순사들을 피해 잽싸게 달렸다. 정신없이 달리던 윤이가 모퉁이를 돌았을 때,
“어딜 내빼려고!!”
그 말과 함께 총성이 울렸다. 둘러매졌기에 놈이 윤이의 앞에서 튀어나와 총을 쐈을 상황이 보이지 않았다. 윤이도, 상대도 미동도 없이 조용해서 어떻게 된 건지 알 수도 없었다. 앞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으니 윤이가 차마 피하지 못하고 총에 맞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불안해지려는 찰나에.
“총, 총알이, 멈췄 ...?”
의문이 가득 담긴 왜경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한번 총성이 울리고 윤이가 놈을 지나쳤다. 윤이의 호흡에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 녀석이 다친 건 아닌 것 같았다. 다행이네. ...근데 뭔 소리지? 총알이 뭐?
“방금, 뭐래? 잘, 못 들었, 는데.”
“... ...”
윤이는 답하지 않은 채로 경찰서 대문을 박차고 뛰었다. 씹는 거냐고 묻고 싶었는데, 서서히 눈이 감겨왔다. 그 뒤로는 기억이 조금 가물가물했다. 고통에 정신을 놓았던 건지, 눈을 뜨니 어느새 나는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열이라도 오른 건지 조금 더웠다. 정신 역시 몽롱했다. 윤이가 손수건으로 식은땀을 닦아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안전해. 안심하고 쉬어.”
“이, 미친, 새, 끼, 거기, 가, 어디라고, 쿨럭.”
“... 말하지 마.”
“아주, 죽, 으려고, 환, 장을...”
“말하지 말라니까.”
윤이의 손이 내 눈을 감겼다. 떨리고 있는 매우 차가운 손의 냉기가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며 멍한 정신을 수면 아래로 가라앉혔다. 이 미친 새끼... ...
“우자에게 사사로이 마법을 써선 안 된다고 분명 가르쳤을 텐데.”
“... 죄송합니다, 스승님. 하지만 변전이 발생하지만 않았어도 사고가 나지 않았을 테고, 제 닻이 붙잡힐 일도 없었을 터입니다. 이렇게 아파할 일도 없었겠지요. 전부 제 잘못이니 구해내어 고통을 덜어주어야 함이 옳지 않겠습니까.”
“이번 건에 대해 방문자인 네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한다만, 정도가 지나치다.”
“... ... 모든 사정을 밝히며 제대로 사죄할 수도 없는 제 나름의 속죄라 여겨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 눈감아주는 건 이번뿐이다. 대신 그에게 내린 닻은 거두도록 하여라.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면, 넌 또다시 이런 식으로 행동할테니.”
“... 예. 그리하겠습니다.”
... 몽롱한 의식 속에서 윤이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에 들은 지라 전부 들리지 않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쩐지 아주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대화 상대는 단장님인가? 저 자식 저렇게 혼나는 거 보면 그런 것 같기도... ...
그렇게 또다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금 눈을 떴을 땐 윤이 혼자만 남아있었다. 침대 옆에 의자를 두고 앉아 꾸벅꾸벅 졸던 윤이가 내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귀신같이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 일어났어? 몸은 좀 괜찮고?”
“큼, 어어. 괜찮네.”
진통제라도 먹인 건지, 잠들기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통증이 적었다. 소리를 낼 때마다 칼로 긁히는 것만 같던 목에서도 매끄럽게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가볍게 손끝부터 움직이다가 힘을 주어 상체를 일으켰다. 그걸 본 윤이가 내 어깨를 꾹 누르며 도로 눕혔다. 거참 괜찮은데.
“단장님 다녀가신 거지. 뭐라셔?”
“아니. 단장님은 내일 오신대.”
단장님이 아니면 대화하던 사람은 누구... 아. 아니. 지금 말할 건 따로 있지.
“덕분에 살았다. 고마워.”
“... ... 미안해.”
이 새끼 왜 고맙다는 말에 사과로 답하고 있지.
“...? 네가 뭐가 미안해.”
“...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할 게 뭐... 아. 일으켜서 끌고 간 거? 내가 그런 걸 탓하겠냐, 설마.”
“... 미안해.”
내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그럼에도 윤이의 얼굴에는 여전히 죄책감이 서려 있었다. 나로서는 그 감정의 원인으로 도저히 짚이는 게 없었다. 윤이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망설이다가 입술을 꽉 깨물 뿐이었다.
“뭐가 자꾸 미안하대. 차 사고 네가 냈냐? 아니면 네가 날 고문하길 했어? 대체 뭐가 미안한데.”
“... ...”
윤이의 입이 꾹 다물린 채 열릴 생각을 안 했다. 말하기 싫은가. 그럼 뭐. 나는 화제를 돌렸다.
“아. 너 근데 이틀 정도 경성에 없을 거라며. 다른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일이... ... 일찍 끝났어.”
그랬구만. 무슨 일인지도 굳이 묻지 않았다. 저놈은 어쩐지 이 화제도 곤란해하는 것 같았다. 아 이 새끼는 뭐 이리 곤란한 게 많아. 네가 제일 곤란해. 어휴. 이 미친놈 같으니.
“... 너 근데 진짜 혼자 잠입했냐?”
“... ... 응.”
“미친 새끼... 무모한 짓 좀 하지 마. 난 네가 잡혀도 구하러 안 갈 거다?”
“그래. 구하러 오지 마.”
그 말에 윤이를 가만히 흘겨보자, 놈은 이번에도 자신은 죽지 않을 거라는 이상한 확신에 찬 말을 뱉어내며 옅게 웃었다. 지랄한다 진짜. 이젠 뭐라 하기도 귀찮아서 그대로 몸을 반대편으로 돌려 누웠다. 윤이는 나가지 않고 한참을 앉아 망설이다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 아직도 나 보기 싫어?”
“... ...”
“... 미안해.”
짧은 사과를 전하고 머뭇거리던 발걸음이 방 밖으로 향했다. 에휴. 답답한 새끼... 솔직히 말해 언제까지 놈을 모른 척할 수도 없었고, 두 번이나 목숨을 빚진 주제에 이쪽에서 내외하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그런데 저놈은 왜 나한테 빚을 지웠으면서, 구해줬으면서도 저렇게 조심스러운 태도인 건지. 누가 누구한테 빚을 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이상한 새끼.
“... 그랬으면 내가 아픈 와중에 굳이 이렇게 말 섞고 있었겠냐.”
그렇게, 돌려서 화해를 청했다. 화해라기엔 그냥 나 혼자 피하던 걸 그만두겠다는 말이었지만. 다행히 알아듣고 받아들인 건지, 나가려던 녀석의 발소리가 멈췄다. 작은 웃음소리도 들렸다. ... 좋냐. 뭐 저런 바보같이 착한 새끼가 다 있어.
“고마워.”
감사를 표해야 할 건 나인데 지가 고맙댄다. 구해준 건 자기면서 나한테 미안하단다. 어이가 없어서 나도 픽 하고 웃어버렸다. 그런 이상한 놈이 싫지 않은 탓이었다.
윤이는 내가 나을 때까지 하루 종일 붙어서 나를 보살폈다. 간호보다는 수발에 가까웠는지라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도, 녀석이 강경하게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힘없이 자빠져 있는 환자가 뭘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뭐, 그런 정성 덕분인지 나는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빚을 두 번이나 진 것도 있고, 여태 일방적으로 멀리했던 것도 조금 미안했기에 나는 마음에 걸리는 것에 대해 굳이 묻지 않기로 했다. 탈출할 때 그 왜경이 했던 말이나 그날 윤이가 누군가와 나누었던 대화에 대해서. 그냥 내가 잘못 듣고, 꿈이라 생각하며 넘기기로 했다. 자세히 물었다간 윤이가 또 곤란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순사인 척 태연하게 굴 수는 있지만,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건 영 서툰 것 같은 놈이라서. 게다가 단장님께도 독단 행동에 대해 한 소리 들은 듯했으니 그걸로 됐다.
윤이는 한결같은 놈이었다. 쭉, 변함없는 태도로 나를 대했다. 내가 윤이를 피하고 멀리하지 않자 다시 우린 다시 예전의 관계로 돌아갔다.
어느 날부터인가 윤이는 경성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자리를 비우기 전에는 반드시 나와 단장님에게 알렸고, 항상 약속한 기한 내에 문제없이 돌아왔다. 단장님이 무슨 비밀 임무라도 맡기셨나 싶어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윤이의 부재에 익숙해질 정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어휴, 정신 빠진 놈.”
바닥에 무언가 빛나는 것이 있길래 주웠더니, 윤이가 전번에 율 양에게 주겠다고 샀던 장신구였다. 선물을 흘리고나 다니고 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다니는 건지. 나는 그것을 챙겨 들었다. 요즘도 바빠 보이던데, 그래. 이 형님이 특별히 챙겨준다.
아침 해를 등지고 윤이네 집을 향해 걷다 보니 저 멀리서 윤이의 누이동생인 율 양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집에서 나오는 게 보였다. 윤이의 남동생인 진 군 역시 함께였다.
“작은 오라버니는 걱정도 안 돼? 윤이 오라버니가 말도 없이 안 들어올 사람이 아닌데! 늦으면 늦는다, 못 들어오면 못 들어온다고 꼬박꼬박 연락해 줬단 말이야!”
“흥. 어디서 술이라도 퍼먹고 뻗어 있나 보지.”
“그럴 리 없어!! 술이랑 담배는 안 하겠다고 율이랑 약속했다고!”
스쳐 지나가려던 발걸음이 느려졌다. 윤이가 집에 안 들어갔다고? 이상하다. 어제 분명 집에 간다고 했는데. 요 며칠 동안 밤늦게 귀가해서 율 양이 서운해한다며 내가 붙잡는 것도 뿌리치고 바쁘게 갔는데. 경성을 비운다는 말도 없었고. 묘한 불안감에 내 발걸음이 아예 멈췄을 즈음, 율 양의 말에 진 군이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약속은 지랄... 야. 서 율. 내가 며칠 전에 뭘 봤는지 넌 모르지?”
“뭘 봤는데?”
“아니... ... 됐다. 넌 모르는 게 나아.”
“뭔데!! 또 나한테만 안 알려주지! 윤이 오라버니 돌아오면 내가 직접 물어볼 거야!”
율 양은 성질을 내며 먼저 걸어가 버렸고.
“... ... 형이 그걸 잘도 대답해 주겠다.”
진 군은 의미심장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며칠 전? 뭘 ‘봤다’고? 설마, 윤이가 ‘우리’의 일원으로서 활동하던 걸 본 건가? 그게 무엇인지 확신할 정도의 중요한 무언가를?? 그걸 불만스레 생각한다면, 진 군은 독립운동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가능성도 있었다. 최악의 경우엔... 윤이를 밀고할 수도 있겠지. 나는 새삼스레 이 집 애비가 뭐 하던 놈인지 상기했다. 아, 젠장. 서 윤. 너는 네 동생이 이러고 있는 거 아냐? 어디 처박혀 있어 이 새끼야. 빨리 좀 기어 나와봐!
나는 당장 윤이가 갈 만한 곳으로 향했다. 하루 종일 짚이는 곳은 다 돌아다녔는데도 녀석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내게도, 그렇게 아끼는 동생들에게도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면... 애써 배제하고 있던 가능성이 생각났다. ‘우리’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들켜서 잡혀간 게 아닐까 하는 끔찍한 가능성이.
... 나를 구한답시고 경찰서에 잠입한 그날, 누군가에게 얼굴을 보였다면? 그래서 경찰들이 윤이를 찾아내서 잡아간 거라면...? 그럴듯했다.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윤이가 혈혈단신으로 적진에 잠입하는 미친 짓거리를 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러니, 짐짝 하나 들고 도망치면서 그날의 목격자를 몰살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다.
‘구하러 오지 마.’
젠장, 이럴 때 왜 그 말이 생각나는 건지! 누군가에게 얼굴을 보였으니 늦든 빠르든 잡히리라고 생각해서 했던 말인가? 주먹이 꽉 쥐어졌다. ... 윤아, 제발. 지금이라도 나타나 줘. 내 생각이 틀렸다고 보란 듯이 부정해 줘. 제발.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됐다는 상상만 해도 미칠 것 같아.
불안에 떨며 노을빛 도는 거리를 힘없이 걸었다. 윤아. 서 윤. 네가 잡혀간 거라면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냐. 나는 너처럼 못 해. 난 너만큼 배운 것도 없고 너만 한 재주도 없는 놈이라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나는 마른세수를 하며 눈을 꾹 감았다. 아직도 그날의 고문실이 생생했다. 공간 전체에 짙게 배어든 피 냄새와 살 타는 냄새를 비롯한 온갖 악취가 또다시 느껴지는 듯했다. 다 나은 상처가 갑자기 아릿했다. 거기에 네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 두려움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너도 나처럼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을까? 아니면 친일파의 자식으로서 안면 있는 사이이니 나에게 했던 것보다는 온건한 회유책을 쓰려나. 차라리 그러면 좋겠다. 제발, 네가 무사히 있어 주기만 한다면-
그때, 반대쪽 거리에서 비명이 들렸다. 서둘러 그쪽으로 향하자 다리 근처에 사람들이 여럿 모여 웅성대고 있는 게 보였다. ‘사람이 빠졌다는군.’, ‘이미 죽은 거 아니야?’, ‘누가 좀 도와줘 봐요!’ 인파를 헤치고 그들이 가리고 있던 강가에 섰다. 강에는 누군가의 시체가 떠올라 있었다.
... ... 익숙한, 얼굴이었다. 내 친구와 닮은 낯이었다. 그걸 보자마자 강에 뛰어들었다. 다급히 율 양을 물에서 건져 올리고 맥을 짚었다. ... 몇 번을 확인해 봐도 맥박이 느껴지질 않았다. 몸이 지나치게 차가웠다. 살아있는 사람의 체온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안 돼. 안 돼. 제발.
“어어, 아까 오라비를 찾는다고 뛰어다니던 그 여학생이잖아.”
율 양의 외관을 확인한 주변 사람들이 그 말을 필두로 하나둘 입을 열었다. 이쪽 부근은 사람이 잘 안 다닌다, 누가 밀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말들이 윙윙거리며 귓가에 맴돌았다.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율 양의 차가운 손이 현실임을 일깨워주었지만, 제발 꿈이길 바랐다.
조금 후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조선인의 죽음에 큰 관심이 없었고, 율 양의 죽음은 주변인들의 추측성 진술 몇 마디만으로 사고사로 단정되어 수사는 종결되었다.
이변이 없었다면 윤이의 아비는 내가 처단했을 터였다. 윤이는 나를 구하려던 중 정체를 들켜 잡혀간 것일지도 몰랐다. 율 양은 그렇게 사라진 윤이를 찾으려다가 사고로 죽었다. 따라서 홀로 남은 진 군이 어린 나이에 상주가 된 건 내 탓이었다. 그런 주제에 나는 윤이의 하나 남은 가족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내 낯짝은 잡혔을 때 이미 경찰 측에 팔렸을 테니 나설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새벽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윤이가 본래 전해주려 했던 장신구를 영전에 바치는 것으로 죄책감을 조금은 내려놓았을 뿐이다.
장례가 끝날 때까지 윤이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절대로, 이럴 놈이, 아니었다. 정말로 어딘가에 갇혀 있거나 이미 죽은 게 아니고서야 이럴 리가 없었다. 제발. 제발, 윤아. 살아만 있어 줘. 단장님이 수색을 명하셨으니 곧 네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어디에 있든, 부디 널 찾아낼 때까지만 버텨줘. 그리 기도하며 한밤의 거리를 걸었다. 초조함을 죽이려 담배 한 개비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려던 그때.
“... 서 윤?”
건너편 골목의 어둠 속에서 윤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숨을 내쉰 녀석은 잔뜩 지친 행색이었다. 나는 그에게로 달려가 어깨를 붙들었다.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가 환영 따위가 아님을 알려주었다.
“야!!! 너 대체 어디 있었어!! 괜찮은 거냐? 다친 덴 없고?”
윤이는 다친 곳 없냐는 말에만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드러나는 외상은 없어 보이니 일단은 반만 믿었다. 초조해 보이는 윤이는 곤란함을 숨길 여력도 없는 표정으로 오늘 날짜를 물었다. 답을 해주자 녀석의 시선이 흔들렸다.
“...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붙잡혔던 거야? 무슨 일이 있었어?”
“그동안 무슨 일은 없었어?”
“야, 내가 먼저 물-”
... 나오던 말이 멈췄다. 무슨, 일. 그래. 있었지. 내 표정이 어두워진 걸 윤이도 눈치챘는지 간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봐왔다.
“... 왜. 무슨 일인데.”
“... ... 하, 씨. 이걸 어떻게 말해야.”
내가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눈을 굴리자, 윤이가 드물게 재촉했다. 입이 무거워서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떨리는 숨을 내뱉던 내 입에서 간신히 윤이가 실종되었을 동안의 일이 나오자, 윤이가 바로 집을 향해 내달렸다. 나는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윤이가 대문을 열고 정원을 가로질렀다. 나는 기척을 죽이고 담벼락 너머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다. 집으로 들어가려는 윤이가 짐가방을 들고 집에서 나오던 진 군과 마주쳤다. 잠시 말이 없던 진 군은 차가운 얼굴로 비웃음을 흘렸다.
“이게 누구야. 그렇게 감싸고 돌던 동생 장례식에 코빼기도 안 비친 형님 아니야.”
“... 미안해, 진아. 일이 있어서-”
“아, 그래. 일이 있으셨겠지. 아-주 훌륭한 일 하고 다니셨겠지!”
진 군이 짐가방을 내팽개치고 윤이의 멱살을 콱 잡아챘다. 윤이는 피하지도 뿌리치지도 않고 그저 잡혀주었다.
“내가 모를 줄 알아? 형이 뭐 하고 다니는지 모를 줄 알았냐고.”
“... ... 뭐?”
윤이의 표정이 굳었다. 어디서부터 얼마나 알고 있는 건지. 그것부터 물으려는 듯 윤이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러나 분노한 진 군의 말이 더 빨랐다.
“다 봤어. 일주일 전에 왜놈들이랑 요정에서 나오던데.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그놈들은 경찰 간부들이고?”
“... ... 진아, 그건.”
“왜놈들이랑 그런 데 가서 여자 끼고 술이나 처마시고. 팔자 좋네. 팔자 좋아. 형한테는 다른 조선인들이 어떻게 사는지 안 보이나봐? 안경은 장식이야?”
아. 일주일 전에 요정에 갔던 일이라면... 윤이가 죽은 부친의 지인들로부터 정보를 캐 보겠다고, 초대받은 김에 따라갔다고 했었지. 역겨워서 토할 뻔했지만 덕분에 요즘 경찰서 쪽 굴러가는 사정을 좀 파악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 거기서 나오는 걸 하필 진 군이 봤다니. 윤이는 진 군의 말에 어떠한 반박도 못 하고 입을 다물었다.
“고작 이렇게 살려고 동경까지 유학 갔다 왔어? 그렇게 많이 배워놓고도 쪽팔림은 못 배웠나? 하. 아버지랑은 다를 거라고 기대한 내가 등신이지.”
“... 진아.”
“왜 그런 표정인데? 그따위로 살았던 주제에 동생에게 이런 소리 듣는 건 마음이 아픈가보지?”
“... ...”
“아버지랑 형처럼 왜놈들 구두나 핥는 자존심도 없는 인간들 때문에 조선이 이 모양 이 꼴이 된 거야. 알아?”
윤이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미련한 자식. 아니라고 말도 못 하고... 진 군은 씩씩대며 무어라 더 말하려다가, 메고 있던 짐을 갈무리하며 윤이를 밀쳤다.
“비켜. 이놈의 집구석 나갈 거니까.”
“어딜... 어디로 가려고, 진아. 얼굴 보기 싫은 거면 형이 나갈게.”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팔아먹는 매국노 형님께서 불령선인 동생까지 팔아넘길까 무서워서 나가는 거야.”
윤이는 잠시 말이 없었다. 머리카락에 가려진 녀석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윤이를 노려보던 진 군은 꼴도 보기 싫으니까 찾지 말라는 말과 함께 그대로 대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열린 문 너머로 멀어지는 동생의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는 윤이는, 인기척을 내며 다가가는 내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
“... 너 그걸 왜 듣고만 있냐.”
윤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상처받았을 텐데. 저 한마디 한마디에 나까지 괜스레 아팠는데 너는 대체 왜 아무 말도 없어. 왜 아무 반응도 없어.
“... 야, 서 윤.”
“... ...믿었던 형에게 저런 소리 하는 진이 마음도 안 좋을 거야.”
“너 진짜...”
“무슨 말을 들어도, 어떤 취급을 받아도 상관없어. 우리 다 그 정도 각오는 했잖아.”
“아니, 씨. 그런 말이 아니잖아!”
동생 마음도 안 좋을 거라고? 그럼 네 마음은? 지금... 지금 이게 각오의 문제야?
“그래도 다행이다. 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 너 미쳤냐?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다행인 일은 맞았다. 진 군의 뜻이 윤이나 나와 다름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우리’의 존재를 들킨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건 지금 네 입에서 나와야 할 말은 아니었다.
“차라리 화를 내! 억울하다고 하라고! 네가 뭘 잘못했어. 다 오해잖아.”
“억울할 게 뭐가 있어. 이건 전부...”
-이건 전부 내 탓인데. 나는 그렇게 말하는 윤이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게 왜 네 탓이야? 차마 묻지 못한 물음을 삼키고 있자니 윤이가 나를 힘없이 툭, 밀었다. 나가달라는 뜻이었다. 조금 숙여진 고개 너머로 슬쩍 보이는 녀석의 얼굴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임무에서 혼자 돌아와서 나를 끌어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묻던 그날처럼.
“... 야, 너, 설마... 이상한 생각, 하는 건, 아니지...?”
윤이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날과는 다르게, 나를 붙잡고 의지하기보단 밀어냈다.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달라고 하는 녀석을, 이번엔 내가 붙잡았다. 술 상대라도 해줄 테니까 옆에 있겠다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불안정한 윤이를 두고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윤이의 의사가 너무 완고했다. 내 앞에서는 무너지고 싶지 않다는 듯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것이 내게는 벽으로 다가왔다. 그 사실이 못내 슬펐다.
나는 이제, 네게 위로조차 못 되는구나 싶어서.
윤이는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병원 문을 열었다. 감정이 다 죽은 눈으로 애써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윤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제발 좀 쉬라는 말은 당연히 들어 처먹질 않았다. 그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로 괜찮다는 말만 반복했다. 넌 대체 뭐가 그렇게 괜찮은데? 네가 안 괜찮은 건 지나가는 개도 알겠다. 이 미친 새끼...
그렇게나 아끼던 동생 둘을 하루아침에 잃어서 넋이 나간 건지, 윤이는 이틀째 죽상이었다. 대체 잠은 자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안색이 나빴다. 그 꼴을 더 지켜볼 수 없었던 나는 녀석을 억지로 끌어냈다.
“... 나 괜찮아.”
“닥치고 따라와, 이 새끼야.”
나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서 둘러메던 놈이다. 나보다 작으면서, 그렇게 안 생겨서 은근히 힘이 센 놈이다. 윤이가 날 진심으로 밀어낸다면 나는 놈을 끌고 갈 수 없겠지. 하지만 윤이는 지금 힘이 없는 건지, 아니면 저항할 의지가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얌전히 나를 따라 집을 향해 걸었다. 반쯤 질질 끌려가듯 걷는 이 상황이, 그날 경찰서에서 탈출할 때랑 반대가 된 것 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윤아.”
그렇게 걷던 중, 안대를 쓴 여인이 가까이 다가와 윤이를 불렀다. 그 부름에 넋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걷던 윤이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윤이의 버석버석 마른 입술 사이로 스승님, 하고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스승? 그렇다기엔 너무 젊지 않나? 우리 동년배로 보이는데.
“... 꼴이 말이 아니구나. 휴식을 취하라고 하였지 않느냐.”
거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근데 저 새끼가 말을 더럽게 안 들어 처먹네요. 윤이는 입을 꾹 다문 채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 ...미련한 새끼. 윤이가 스승이라 부른 여인도 같은 생각을 한 건지 한숨을 푹 쉬었다. 그와 동시에 윤이의 눈이 가물거리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그 여인이 내게서 기절한 윤이를 데려가 품에 안았다.
“그대는... 윤이의 친우로군.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 누구십니까?”
“이 아이의 스승이다. 윤이는 내가 데려갈 테니 그대는 걱정 말고 돌아가라.”
“윤이한테 그쪽에 대해 들은 게 없어서요. 보낼 수 없습니다.”
나는 경계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은 채 그의 품에 안긴 윤이의 팔을 붙잡았다. 윤이도 이 자를 스승이라 부르며 아는 체를 했으니 아예 타인은 아니겠지만, 기절한 친구를 생판 처음 보는 이에게 맡기고 갈 수는 없었다.
“그대도 윤이를 걱정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게 맡겨라. 그대보단 내가 더 도움이 될 것 같군.”
... 그 말에는 반박하지 못했다. 윤이는 내게 전혀 의지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정확히는 언젠가부터 내게 의지하지 않게 됐다. 속내를 털어놓지 않고 힘들 때 기대오지도 않았다. 무슨 말을 하려다가도 자꾸 멈추기 일쑤였다. 숨기는 게 늘었다. 이상한 일이 계속 생겼지만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묻질 못했다. 왜 나를 마음 놓고 의지할 친구나 동지가 아니라, 지켜야 할 대상으로만 보는 건지, 묻지 못했다.
“윤이가 회복되는 대로 돌려보낼 테니 걱정 마라.”
“... 죄송하지만, 제가 처음 본 분의 무엇을 믿어야 합니까?”
여인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선이 내게 꽂히자 뭔가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평범한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직감이 스치고, 동시에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디서지? 어디서 들었더라?
“... 어.”
생각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시야가 핑 돌며 갑자기 참을 수 없는 잠이 몰려왔다. 잠을 안 잔 건 내가 아니라 윤이인데 왜 내 정신이 아득해지는지 알 수가 없었다.
“윤이도 그대도 쉽게 물러서는 법이 없군.”
... 아. 알 것 같았다. 그때, 윤이가, 대화하던, 사람은, 단장님이 아니라 ... ...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윤이가 돌아온 건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서였다. 며칠 전보다는 꽤 나아진 안색인 녀석을 보니 안심되는 한편 기분이 묘했다. 스승이라더니, 그 사람에게는 나랑 다르게 좀 의지하고 위로받았나 보지? 내게 의지해주지 않는 윤이가 조금 미웠지만 그런 마음은 접어 내려두고 녀석을 안아주었다. 윤이도 아무런 말 없이 나를 끌어안았다. 떨리지 않는 손으로.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했다. 이전에 실종되었을 때는 어디서 무엇을 했던 건지, 스승이라 불렸던 그 여인은 누구인지, 내가 그때 왜 잠들 듯 기절해 버린 건지. 궁금한 건 많았지만 하나도 묻지 못했다. 물었다간 또다시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머뭇거릴 것 같았다. 윤이가 또다시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냥, ‘경성을 비울 일이 있었다’는 윤이의 말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곧이곧대로 믿어주기로 했다.
윤이의 행적에 의구심을 품는 단원들도 있었다. 하지만 단장님이 윤이를 의심하거나 자세한 것을 캐묻지 않으니 다들 대놓고 의심을 꺼내놓지 못했다. 솔직히 윤이 덕분에 다들 한 번 이상씩은 목숨을 건졌으면서 그런 소리 할 거냐며 내가 나서서 뭐라고 하기도 했고. 며칠간의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고마워.”
윤이는 동생들을 잃은 후로 조금 변했다. 예전엔 정말 필요할 때 아니면 마시지도 않았으면서, 이젠 종종 내게 술을 권해왔다. 나는 거절하지 않고 항상 따라가 줬다. 이제는 윤이 홀로 남은 윤이네 집 마루에서, 녀석은 술잔을 채우며 내게 고맙다는 말부터 건네왔다.
“그래.”
윤이는 미안하다는 말에도, 고맙다는 말에도 이유를 딱히 밝히지 않았다. 나도 저렇게만 답할 뿐 이유를 묻질 않았다. 어쩌면 저 고맙다는 말은 자세한 사정을 묻지 않아 줘서 감사하다는 말일지도 몰랐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보며 윤이가 옅게 웃었다. 얼씨구.
“야. 적당히 마셔. 이제 막 술에 맛 들인 젊은 애들처럼 마셔대다간 훅 간다.”
“안 죽어... ...”
또 지랄이야... 나는 실소를 흘리며 윤이의 손에 들린 술잔을 뺏어서 내 입에 털어 넣었다. 윤이가 취기 어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바람 빠진 소리를 내며 웃었다. 그러더니 품에서 담배를 꺼냈다. 저 미친놈. 동생이 하지 말라던 거 다 하네.
“율 양이 피우지 말랬다며. 약속 안 지킬 거냐?”
“... ... 약속 어기면, 내게 찾아와서 화내 주지 않을까.”
“... ... 야.”
“... 농이야. 그러니까 나 불 좀.”
나는 윤이의 손에 들린 담배를 뺏는 대신에, 품속에서 라이터를 뒤적여 놈에게 던져주었다. 저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힘든가 보지. 달을 올려다보며 쓰디쓴 연기를 들이켜고 내뱉는 윤이의 모습이 참 공허해 보였다. 마치 한겨울의 쓸쓸한 입김처럼 보이기도 했다.
“... 윤아.”
“응.”
“내가... ... 그렇게 못 미더워?”
“뭐...?”
“내가 믿음직스럽지 않아서 그래? 그래서 아무 말도 안 해주는 거냐?”
술기운 때문일까. 나도 모르게 서러움이 터졌다. 윤이의 얼굴에 당황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대체 저런 놈이 어떻게 태연하게 잠입이나 했지? 윤이는 고개를 여러 번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
“... 아니,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아니긴... 나 같아도 내가 못 미더울 것 같은데? 실수투성이고, 한심하게 붙잡히기나 하고... 너한테 폐나 끼치고. 하하.”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진심이야. 나도... 네 덕분에 살았는데.”
“지랄... 내가 뭘 했다고... 하하. 난,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너랑 다르게, 죽이는 법밖에 모르는 놈이야.”
“... ... 그렇다고 해서 못 미덥다고, 한심하다고 생각한 적 없어. 네가... 네 존재가 얼마나... ...”
“-그러면.”
내가 술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았다. 윤이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왜 쫄아? 내가 패냐?
“그러면... ... 내가 못 미더운 게 아니면... 나한테도 좀... ...”
... 입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나한테도 좀 무슨 일인지 말해달라고? 서운하다고? 내게 의지해달라고? ... 내게 그럴 만한 힘은 있나? 내가 널 도울 수는 있는 걸까? 어떠한 말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로 말끝을 흐렸다.
“... ... 친구, 잖아.”
그 말에 윤이의 표정이 슬프게 일그러졌다. 녀석은 무언가 말하려는 듯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저 미안하다는 한마디만을 내뱉었다.
“... ... 미안하면, 씨발, 좀. 내가 걱정할 일이라도 좀 덜 하든가... 새끼야...”
“... 미안해.”
“내가 너 얼마나 걱정하는지는 아냐? 잔뜩 상처받고 아픈 표정으로 괜찮다고 말만 하면 다냐고. 그러면 내가 아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고 넘어갈 줄 알았냐? 내가 그렇게 멍청하진 않거든?”
“... ...”
“그냥... 그냥 좀... 윤아... 나 아무것도 안 물어볼게... 의지해 달라고도 안 할게... 그러니까, 제발, 좀...”
술잔에 술을 넘치도록 따르고 들이켰다. 마셔도 전혀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서 한 잔을 더 털어 넣었다.
“제발, 네가 상처받아도, 죽어도 상관없다는 것처럼... 그렇게는 굴지 마라. 응...?”
윤이는 답하지 않았다. 개새끼. 미안하다며. 그러면 좀 행동을 고치든가. 말로만 미안하다면 다야? 다냐고, 이 새끼야... 왜 맨날 괜찮다고 하는데. 하나도 안 괜찮은 거 내가 모를 줄 아냐? 힘들면, 좀, 힘들다고 말을 처하든가. 맨날 아무렇지 않은 척. 지겹지도 않아? 동지들 중에 네가 지금 힘든 거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런데 진짜, 힘들다는 말은 한마디를 안 하고, 씨발... 무슨, 어? 단장님처럼 굴고있어... 너 그때 나보고 나가달라고 한 것도 내 앞에서 무너진 모습 보이기 싫어서잖아.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아무도 너한테 책임지라고 안 하는데 왜 자꾸 혼자 나서서 그렇게 굴어... 미친 새끼... 생각으로 했는지 입 밖으로 내뱉었는지도 모르겠는 것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윤이는 내 가물가물한 눈이 감길 때까지 아무 말 없이 그걸 듣고만 있었다.
“... 미안해. 나한테는 이게 최선이었는데, 너한텐 상처만 주고 걱정시켰네. 또다시.”
“... ... 나는 정말 방문자구나. 어느 쪽에서든.”
... 의미도 모를 말을 중얼거리면서.
매캐한 연기 탓에 폐부가 아렸다. 기침 한 번 내뱉는 것조차 힘겨웠다. 아. 무엇을 하고 있었더라... ... 그래. 폭탄을 던졌었지. 목표 지점에서 정확히 터지는 걸 보고 뒤돌아 도망쳤는데... ... 어떻게 되었더라. 다리에 총을 맞았던가...? 아니면 놈들에게 붙잡혔던가...? 그렇게 제대로 도망치지 못한 상태에서 두 번째 폭탄이 터졌고... ... 아. 거기에 휘말렸구나. 작전은... 성공한 건가? 어느 쪽이든 내 할 일은 마쳤으니 이제 도망쳐야 하는데... ...
... 도저히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리뿐 아니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고개조차 잘 돌아가지 않아서, 흙바닥에 드러누운 채로 재가 간간이 날리는 푸른 하늘만을 바라보았다. 젠장. 빌어먹게도 아름답네. 하하. 실소가 흐르자 목 안쪽이 타들어 가듯 아팠다.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아. 그렇구나.
나 이제 죽는구나.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아. 어쩐지 자꾸 졸립다 했더니...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런 끝이었구나. 항상 내가 어디서 죽을지 궁금했는데. 그래도 빌어먹을 고문실이나 유치장에 갇혀서 죽지 않는 게 어디야. 이렇게 청명한 하늘 아래서 죽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차피 늦든 빠르든 죽을 목숨인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괜찮다. 마음이 오히려 가벼웠다... ...
“가지 마...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서 감겨가던 눈을 떴다. 눈동자가 천천히 소리가 난 쪽으로 굴러가자, 시야에 검게 그을리다 못해 반쯤 부서진 내 손을 붙들고 있는 윤이가 보였다. 아. 온몸이 저 꼴이라서 움직여지지 않는 거였구나. 힘이 빠져서가 아니라 다 망가져서 감각이 없는 거였어.
“너까지, 날, 두고, 가지 마, 제발... ...”
윤이가 처음 보는 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내 손을 양손으로 붙들었다. 아. 눈물 닦아주고 싶은데, 반대쪽 팔에 감각이 없네. 팔 끝에 손이 붙어있는지도 모르겠고... 네가 우는 거 처음 본다, 윤아. 진작에 내 앞에서도 그렇게 울지 그랬어. 숨어서 울지 말고. 그랬으면 눈물도 닦아주고 토닥이며 달래줄 수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잖아. 하하...
“제발, 날 혼자 남겨두지 마... ...”
... 냉정하고, 냉철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매사에 덤덤하고, 두려움 따위는 모르고, 절대 울거나 무너지지 않고, 다른 이에게 의지하지도 않고, 언젠가 찾아올 봄날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좀 많이 미친 내 친구.
하지만 나는 알아, 윤아.
넌 그저 선 안에 사람을 들여놓는 게 서툴고, 이성을 찾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든 홀로 침착하게 굴며 중심을 잡아주려 했고, 그렇기에 울지도 무너지지도 못했다는 것을. 두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라 그저 두렵지 않은 척을 해왔다는 것을. 동지들을 모두 지켜야 할 사람들로 보고 등 뒤에 두었기 때문에 의지할 수도 없었다는 것을.
너는 언젠가 올 봄을 기다리며 묵묵히 겨울의 눈바람을 헤쳐 나가는 사람이란 것을, 나는 알아.
그런 네 곁에 끝까지 남아있을 수 없어서 미안하다. 네 옆에서 나란히 걸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걸음 뒤에서 계속 함께하고 싶었는데. 함께 겨울을 넘어 봄으로 가고 싶었는데. 너만큼 잘 살아남지 못해서 미안하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를 길을 혼자 걷게 해서 미안해. 가족들도 다 떠난 마당에 나까지 가버려서 미안해.
그러니까 그만 울어, 윤아. 너 그렇게 우는 사람 아니었잖아. 나 못 지켜줬다고 자책도 그만하고. 넌 이번 임무에 참여하지도 않았는데 네 책임이 도대체 어디 있다고 끝까지 사과만 해. 마지막인데 웃으면서 보내주라. 응? 나 지금 목소리도 잘 안 나와서 말로는 못 하지만, 네가 알아서 파악 좀 해봐.
아무리 죽어 마땅할 것들을 죽였다지만, 사람을 죽이지 말라는 십계명을 어긴 것은 사실이니 나는 지옥에 가겠지.
내 소중한 동지이자 친구인 윤아. 서 윤.
“... ... 미안, 해.”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너는 천천히 와라.
꼭 그날을 보고 와야 해.
나중에 만나자.
... 안녕.
여기서부터는 화자가 우자라서 풀 수 없었던 tmi들...
윤이가 자신 이외의 단원들이 모두 전멸한 임무에서 홀로 살아돌아온 건, 그때 방문자로 각성 후, 친구를 초앵으로 삼아 부활했기 때문입니다. (윤이 각성 로그 내용)
윤이가 친구의 말을 듣고 떠올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죽을 위험이 있는 일을 자신이 떠맡는 것입니다. 마법을 사용해 우자들의 생사에 관여하는 건 안 되지만, 사회적 신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은 ‘일’을 하던 중에 ‘자신의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괜찮을 테니까요. 순사들을 죽일 때에도 마법을 쓰는 게 아니라 폭탄이나 총 등 우자들의 방식을 고집했고요. 나름 대법전 소속으로서 지킬 건 지키고 다녔습니다... 원탁에서 알면 이마를 짚었을지도 모르지만요 ㅎ
그렇기에 윤이는 위험한 임무 위주로 자원했다는 tmi가 있습니다. 동화를 쓰면 잠입이야 쉽고, 빠져나오는 것 또한 문제가 없죠. 로그에선 우자 친구를 데리고 탈출해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이 조금 복잡했다네요. 자기 혼자라면 그냥 전이를 쓰면 되는데...
윤이가 자리를 종종 비웠던 건 대법전 관련한 일들 때문입니다. (학원 수업이나 대법전 임무 등)
중간에 사라졌던 이유는, 귀갓길에 마법 재액에 휘말렸기 때문입니다. 금서의 재액으로 만들어진 이경에 갇혀서 빠져나오기 위해 며칠간 고생했다는 비하인드가 있습니다. 불간섭 세계법칙 때문에 스승님에게 구해달라고 연락도 못 했을 거예요. 3계제 방문자에겐 여러모로 낯설고 힘든 상황이었겠네요.
화자인 윤이의 친구 이름도, 다른 단원들도, 그들이 속했던 단의 이름도 나오지 않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되도록 돌려서 부르고, 부득이하게 이름을 불러야 할 때는 모자이크로 대신했습니다. 절대 작명이 귀찮아서는 아닙니다.
윤이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라이터 형태의 마도서는, 친구의 유품입니다. 친구가 죽고 나서 챙겨갔다네요.
로그에서 충분히 풀어내지 못했던 부분이 많아 후기가 길어지니 뭔가 웃기네요. 우자가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서 부득이하게 길게 덧붙였습니다. 본문도 후기도 무슨 회지마냥 길어져버려서 기분이 묘하네요. 장르 연성도 이렇게까지 해본적이 없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