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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일취몽 로그] 一場春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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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힌더 2023. 1. 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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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ANe 팬메이드 시나리오 황량일취몽(w.연호) 세션 애프터 로그입니다.

너무 즐거운 세션이었어서 뒤늦게나마 로그를 써봤어요!

함께해주신 마스터 스리님, 플레이어 밀님, 마님, 바열님, 그리고 라이터 연호님께 감사드립니다♡

 

 

 

엔딩 후 nn년 이후 시점으로, 황제의 독백입니다. 

 

 

 

 

 

*스포주의*

 

 

 

 

 

 

 


 

한바탕의 봄꿈. 달콤하였던 짧고도 긴 꿈에서 깨어나고 나니 남는 것은 외로움뿐이라.

 

 


 

 

그날로부터 몇 년, 아니 몇 십년이 지났는지 모르겠군. 구태여 정확히 셈하지는 않았다. 태어난 날도 알지 못하는 미물이 세월을 헤아린들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흘러가는 시간을 숫자로 바꾸어 기록하려는 건 인간들의 특성이기도 하고 말이지.

 

그래도 내가 알던 이들이 모두 죽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만은 실감하였다. 이제는 정말 나만 남았으니까.

 

가장 먼저 죽었던 것은'설주휘'였지. 고양이야 본래도 수명이 긴 동물은 아니기도 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할까? 직접 그 최후를 눈에 담은 것은 아니지만 한때 나의 몸이었으니 알 수 있었다. 궁에서 나온 뒤, 언젠가의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이상하게도 심장이 아리더구나. 잠시동안 몸을 옥죄던 아픔은 이내 가셨지만 어이하여 그리도 공허한 기분이 들었는지. , 그제서야 깨달았다. 이 몸의 전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비명이라는 것을. 어지간히 짐승의 몸에 갇힌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일까. 홧병인지, 아니면 자진이라도 한 것인지그것까지는 내 알 수 없었다만. 그래도 평탄치 못한 나날들을 보내다 갔으리라는 것만 짐작할 뿐이다.

 

그리고 아들의 뒤를 따라, 어마마마아니, 태후 역시 세상을 떠났지. 인간들의 기준으로는 천수를 누리다 가셨다고 하던데. 혈육으로서의 정이든, 권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든, 어떠한 이유든 간에 아들이 사라져서 마음이 편치는 않으셨겠다만어땠으려나. 직접 궁에 찾아갈 수 없었으니 알지 못하겠군. 그래도 장례식에는 참석하였다. 성대한 국장이 치러졌으니까. 임종은 지키지 못하였으나 먼 발치에서나마 자리를 지켰으니. 아들로서, 또 당신이 예뻐했던 나비로서의 역할은 다 한 셈이라 여겨주시기를. 어느 쪽이든, 나를 독살하려 하였던 당신으로서는 우스운 일일 수 있겠군. 그러나 찰나의 분노는 긴 세월에 묻히는 법이지. 당신께서 내게 가졌던 감정과는 별개로, 내게 남은 감정은 결코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어머니.

 

그리고 묘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소유영 역시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게다. 평범한 인간이 살아있기에는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까. 게다가 복수해야 할 대상이 멀쩡히 살아있으니 그도 마음이 편치 않았겠지. 마음이 불편한 이들은 장수하지 못하더군.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만.

요력을 쓰면 찾는 게 어렵지는 않겠으나, 내 입으로 놓아준다 하였으니 번복할 수는 없지. 미물 주제에 그런 걸 따지느냐고 비웃을 테냐? 하하. 고양이도 나름의 긍지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러고 보니, 비급이란 걸 익혔으니 조금 다르려나. 궁 안에서만 살았기에 무림 쪽과는 연이 없는지라생각난 김에 다음에 한 번 알아보는 것으로 할까. 그래도 명색이 나의 연인이었으니, 살아 있다면 먼발치에서나마 확인하고, 아니라면 묻힌 곳을 찾아가는 것이 마지막 도리겠지.

 

그리고내가 궁을 떠날 때부터 이미 눈을 감았던 설수옥. 내 정체를 알기 전에도 충분히 건방졌지만, 마지막에는 좀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냐? 솔직히 조금 원망하였다. 그러나, 네가 죽기 전에 느꼈던 감정은돌이켜보니 걱정이더구나. 그래. 네녀석의 말대로 나는 그 다정했던 손길을 잊지 못했나 보다. 미물이었을 적엔 애정에 대한 역치도 낮았으니, 네게 정이 들었던 게지.

네 장례는 궁 안에서만 치러졌으니 찾아가진 못하였다. 그리하여 황후가 네게 그것을 돌려주었는지, 네 관 앞에서 눈물 한 방울이라도 흘려주었는지도 알지 못해. 그래도 외롭지는 않았을 게다. 그날 네가 가져왔던 술과 같은 것을 구해 네 무덤에 바쳤으니까. 너는 이런 나보다도 '설주휘'를 더 위했지만, . 그래도 한때 네 형이었던 자로서 아우에게 베푸는, 네게 보살핌을 받았던 이로서 네게 보답하는 은혜라 여기겠다. 멋대로 생각해.

 

그리고, 궁 안의 이들도 모두 숨을 거두었겠지. 가슴에 독을 품고 살아온 탁리양도, 의림이라는 이름의 궁녀도, 나의 호위였던 모용휘도, 전부. 나만을 남겨두고 먼 곳으로 떠나버렸을 게다.

 

이리 쓰면서 깨닫고 나니 문득 외로워지는구나. 나는 왜, 그날,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서 이리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당시엔 내키는대로 행동했던지라 이제와 이유를 따져 묻자니 알 수가 없군. 왜 소유영과 '설주휘'를 놓아주었지? 나를 죽이려 하였던 어머니를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 건? 탁리양에게 설수옥의 죽음을 알린 것은 왜였을까. 독살 시도를 막지 못한 모용휘에게 죽일 생각으로 검을 겨누었지만, 마지막엔 그를 풀어주고 궁을 떠나라 한 이유는?

 

어째서.

나는 가장 높은 곳에 '스스로'의 힘으로 올라 놓고 그 문을 박차고 내려왔는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비합리의 극치이건만. 황제로서 내려야 할 결단은 그게 아니었지 않아. 반군을 모조리 참살하고, 인간의 몸으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고양이의 숨통을 끊고, 거짓 사랑으로 황제를 기만한 총비를 베고, 감히 반군을 지원하고 아우와 통정한 황후에게 사약을 내리고, 암살 시도를 저지하지 못한 무능한 호위의 목숨을 앗고, 선황을 독살하고 짐 또한 죽이려 한 태후 역시 폐했어야지. 그 후에 피로 얼룩진 옥좌에 다시금 앉았다면 한결 편했을 텐데. 대대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실패하였으니 더는 그 누구도 짐의 앞길을 막지 못할 테고 무엇이든 짐의 뜻대로 할 수 있었겠지. 세상은 더욱 혼란에 빠졌겠지만 짐의 드높은 불야성만큼은 건재했으리라.

 

그러나, 그리 하지 않은 이유는 지쳐서일까. 질려서일까. 아니면 모든 것이 성가셔서일까. 지금도 잘 모르겠어. 누군가의 말대로, 모두 죽인 후에는 남는 게 없으니 바로세울 것이 없어서인가? 하하.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제는 정말로 기억나지 않아. 그때, 어찌하여 그리했는가. 그렇게 물어 답을 낸다 하여 변하는 것도 없고 말이다. 너희가 모두 죽어버린 후이니까.

 

그리하여 비로소, 나는 홀로 남겨졌으니까.

 

……

 

인간들은 태어나 자란 곳을 고향이라 한다지. 그러나 나는 태어난 곳을 기억하지 못하며, 자란 곳에는 좋은 기억이 없어 싫어한다. 그리하여 내가 고향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은 이 너른 궁뿐이었다.

 

허나 이제 그조차 사라졌구나. 한때 내가 군림하였던,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였던 곳은 이제 폐허가 되었다. 불타 사라진 전각도 있고, 반쯤 무너진 곳도 있군. 돈이 되는 것들은 진작에 빼돌려지거나 약탈당하여 황실의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어. 셀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이 머무르고, 또 매일같이 바삐 출입하던 곳에는 이제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군.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설 가가 과연 왕의 재목이냐고 물었던 누군가가 생각나는구나. 후후. 이렇게 쇠락하다 못해 무너진 것을 보면 아닌 것일지도. 건국할 당시엔 어땠을지 모르겠으나…글쎄. 열흘 붉은 꽃은 없다 하였으니. 어떻게 보면 처음 성대하게 번영할 때부터 이러한 끝이 예정되어 있던 걸지도 모르겠군.

 

그리고 무너질 기미는 수없이 있었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황제가 되었던 그때부터 이미 탑은 기울고 있었으니까. 해결할 생각이 없었을 뿐이지 모르진 않았다. 한 번 기울어버린 것을 다시 세우기엔 어렵기도 했고. 기운 것이 휘청거리기라도 한다면 그것은 바닥으로의 추락이 머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 속도는 붙잡을 수조차 없이 빠르지. 그 대단한 탑을 쌓아 올린 인간이라 하여도 무너지는 것은 막지 못한 모양이야. . 차라리 잘 되었다. 많이 썩어버린 과실은 아무리 상한 부위를 도려낸다 해도 입에 댈 수 없어. 차라리 땅으로 떨어트려 다음 해의 양분으로 만드는 게 낫지. 그리하면 당장은 배가 고프겠지만 다가올 날엔 더욱 실한 과실을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하하. 그러고 보니 이제 나는 돌아갈 곳을 완전히 잃어버린 셈이로군. 정처 없이 떠도는, 어디서 굴러들어왔는지 모를 길고양이에게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이 더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

 

가끔 말이다. 궁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지더구나.

그와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였어.

 

내가 설주휘의 몸을 빼앗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그랬다면, 나는 여전히 구중궁궐 속 따뜻한 방에서 간식이나 얻어먹으며 어머니께 예쁨을 받고 있었을까? 가끔 찾아와 간식을 주며 나를 쓰다듬던 손길에 만족스런 울음소리를 내었을까. 문안을 온 귀비와 황후, 그리고 황태후의 기싸움 속에서도 한가롭게 하품이나 하며 뒹굴거릴 수 있었을까.

그런 안락하고도 평온한 날들이 이어졌을까. 이어질 수 있었을까…….

 

그래. 인정하마. 일이 이렇게 된 데에 나의 책임이 없다고는 하지 않겠다. 그러나 내 책임이 전부라고도 할 수 없어. 내가 크게 손을 댄 것은 없다. 변명처럼 들린다면, . 일단 들어 보거라. 너희를 포함하여 궁의 인간 녀석들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져 있었지 않느냐. 나라의 지존이라는 자부터가 정실부인을 버려두고 다른 이에게 눈을 돌렸으며, 또 국정에서는 손을 놓은 지 오래였으니! 연정과 탐욕과 비틀린 속죄가 한 데 섞여 참으로 볼 만 한 그림이 되었었지. 나는 그저 한 폭의 수라장에 녹아들었을 뿐이다. 자연스레 섞여드는 것이 특기인 나약한 길짐승으로서는 어려울 게 없는 일이었지.

 

귀비에게 빠져 황후를 외면하고 폭정을 일삼고, 그렇지만 태후를 크게 거스르지는 못하고, 황위를 위협할 만한 이들을 경계하는 폭군. 어때. 정말 정석대로 잘 흉내를 내었지 않느냐? 인간끼리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다정한 말을 속살거리고, 부모의 손길을 받아본 기억도 없었지만 충실히 효를 실천했어. 피를 나눈 혈연 따위 가져본 적 없었지만, 퍽 괜찮은 형제였지 않아.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여 황제라는 배역을 연기하였을 뿐이다.

 

그러니 내가 설주휘의 몸을 빼앗았든, 아니든. 언젠가는 반군에 의해 무너질 사상누각이었다. 그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무너져내린 것뿐이지. 그러니 너무 원망 말거라. 늦든 빠르든 종극을 향해 달리던 이야기가 끝을 맞이하였을 뿐 아니겠느냐.

 

. 그러고 보니 세간에는 자세한 내막이 알려지지 않았던데. ‘황태후의 탄신연에서 반역도들이 황실을 위협하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군왕은 충성스럽게도 황제를 지키다가 사망하였고, 황제와 총비는 대신들의 반대를 피해 사랑의 도피라도 하였는지 어디에서도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더라. 중상을 입었으나 간신히 목숨을 건진 황태후가 사태를 수습하고 황실의 적통인 황자를 앞세워 수렴청정을 하니 이제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라는 이야기가 소문으로 돌더구나.

하하! 인간들은 참 재미있지. 어떻게 저런 거짓 이야기를 잘도 만들어 낼까? 충성을 다하다 목숨을 잃었다는 자는 형수와 정을 통한 반역도이며, 황제는 총비를 총비는 황제를 사랑하지 않으며, 적통 운운하는 황자는 군왕의 아이인걸. 맞는 게 하나도 없는 이야기가 아닌가.

 

정말 하나도…….

 

……이제와 생각해보니 설주휘’, 그 아이의 처지가 가엾구나. 내가 황제가 된 후에 사랑받지 못했다는 것은, 그 또한 애정에 목말라 있던 자라는 뜻이 되니. 돌이켜 생각해 보니 미물이었던 그 시절에 받은 사랑이 더 컸던 것 같구나. 황제의 앞에서는 모두 억지웃음을 내며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노력하기만 할 뿐, 순수한 애정을 주는 이는 없었으니까.

 

그런 거짓으로 치장된 궁에서 살아오며, 짝사랑했던 이는 죽어버리고, 사랑하지도 않는 이와 결혼하고. 사랑하였던 이와 닮은 이에게 마음을 주었으나 그를 보는 주변의 시선은 매서웠지. 그래. 이리 생각하여 보니 그 아이의 행동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구나. 남들이 보기에 다 가진 것처럼 보이는 황제였으나, 실상은 사랑 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하여 전전긍긍하는 어린애에 불과하였어. 그러니 삶에 무슨 즐거움이 있었겠나. 공허함과 무력감에 짓눌려 책무로부터 눈을 돌리고 도망쳐 방탕한 생활을 이어갈 뿐이었겠지.

 

이것 참. 어떻게 보면 고양이 팔자가 황제보다 나아 보이는구나. 이 몸은 적어도 애정만은 듬뿍 받았다. 궁의 거의 모든 이들은 나를 예뻐하였고 손길 한 번 닿고 싶어, 간식 한 번 주고 싶어 안달이었지. 그 고귀하신 태후께서도, 인간들 사이에서 강하다고 칭송받는 군왕도, 지존의 총애로 제일가는 부를 누린 이 역시. 모두가 나를 사랑했어.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지. 설령 나를 질투하고 미워하는 이가 있다 해도 태후께서 나의 뒷배인데 누가 감히 건드렸으랴. 그 아이도 내가 고양이로 만들어준 그 참에 사랑받는 삶을 즐겼으면 좋았을 것을.

 

……

 

하지만, 안다. 미물에게 주는 애정과 사람에게 주는 애정의 무게는 다르지. 평생을 사람으로 살아온 이에게 그것이 마음에 찰 리가 있나. 세상 어떤 생물보다도 오만한 것이 인간 아니겠느냐. 살아있는 것이라면 모두 오만하다고 누군가 그리 말했던 것도 같지만, 수십 년의 세월을 살며 지켜보니 그 중 인간이 가장 오만하더구나! 하하. 하나같이 오만하고 탐욕스럽고 어리석은 것들 같으니라고.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깨닫지도 못하고, 한평생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자 모두가 몸부림을 치는 것들...

 

…… , 그러나 나 역시 마찬가지다. 몇 년을, 아니 몇 십 년을 살아왔는지도 모를 나조차 아직도 어리석으니. 짧디 짧은 인간의 생애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지.

 

그렇기 때문에 인간들은 모든 것이 무의미함을 알지 못하고 끝없이 탐하는 것 아니겠어. , 그 덕분에 이 몸은 인간의 수명을 한참 넘겨서도 여전히 숨을 쉰다. 이대로 가다간 영생을 살 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그것은 덧없는 일이다. 모든 것은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법이니까. 푸르른 자연에 피어나는 생명들이 그러하듯, 목숨 역시 그렇지. 끝이 없다면 그저 영원히 공허의 굴레에 갇힐 뿐이다.

 

지금의 나처럼.

 

……

 

영아. 어마마마. 수옥아.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이여. 부디 알려 다오. 너희들은, 우리는대체 무엇 때문에 그리 치열했었던가. 무엇 때문에 생을 앗았던가. 앗으려 하였던가. 사랑도, 충성도, 복수도, 탐욕도, 권력도모두가 기나긴 세월 앞에선 덧없을 뿐이거늘.

 

이제 와 그날의 일을아니, 모든 일을 후회하기엔 늦었다는 것을 안다. 너무 늦은 후회는 무용할 뿐이지. 그럼에도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후회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하. 우습지 않으냐? 이제와서 찰나 반짝였던 순간들과, 그때 함께하였던 너희들을 그리워한다 해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데 말이야.

 

……. 꽃잎이 한껏 흩날리는 것을 보아하니 봄도 끝나가는구나. 또 이렇게 꽃잎이 지고, 푸르른 잎들이 싱그러움을 뽐내고, 이내 붉게 물들었다 떨어지겠지. 나를 두고서 시간은 또다시 바쁘게 흘러갈 테고.

 

의미도 없는 한탄은 이쯤에서 그만둘까. 다 무너진 궁에 있어 봤자 시름만 깊어질 테니, 이만 떠나야겠군.

 

너희의 넋이 이 궁안에 있을지, 그도 아니면 구천을 떠돌고 있을 지는 모르겠다만. 상냥한 봄바람이 보잘것없는 전언이나마 전해주길 바라볼까.

 

그저, 어디에 있어도 좋으니 행복하거라.

나 같은 괴물과는 다시는 엮이지 말고.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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