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의 어느 날, 우자였던 25살 서 윤이 방문자로 각성하고 미래의 스승인 셀레스티아와 만나는 로그입니다. (당만싶 이전 시점)
*유혈, 상해, 자해 및 자학, 과호흡 혹은 공황으로 보이는 묘사가 있습니다.
“젠장, 할…….”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은 통증이 몰려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의사로서 총상을 입은 환자는 많이 치료해 봤지만, 직접 맞아 본 건 처음이라 이렇게까지 아픈 줄 몰랐다. 제기랄.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조차 죽을 것 같았다. 지혈할 것도 마땅치 않아 손으로만 틀어막고 있는 복부에서 쉼 없이 피가 흘러나왔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피가 후두둑 떨어졌다. 땅에 남은 핏자국이 이렇게 선명하니 들키는 건 시간문제였다. 순사 놈들이 빨리 올지, 저승사자의 마중이 더 빠를 지는 모르겠지만.
“윽…….”
후들거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간신히 으슥한 골목의 엄폐물 뒤에 몸을 숨겼다. 벽에 등을 기대고 천천히 미끄러지며 주저앉았다. 복부에 힘이 덜 들어가게 신경 쓰며 느릿하게 움직였는데도 또다시 밀려오는 격통에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비명이 골목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게 고개를 숙이고 숨을 죽였다.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 같은 고통에 나는 눈을 꽉 감고 벌벌 떨었다.
죽음이 가까워져 오자 후회가 물밀듯 몰려왔다. 수십 분 전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마구잡이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왜놈들이 예상보다 이르게 들이닥쳐서 내가 못다 한 일들. 그것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망설이던 나 대신 놈들에게 붙잡힌 동지의 마지막 얼굴. 뒤늦게 빠져나오다가 총에 맞아 짐이 되었던 내 모습……. 그냥 두고 가라고 했으면, 나를 부축해서 어떻게든 함께 빠져나가려 한 동지들의 손을 뿌리치고 그곳에 남았더라면. 그랬으면 나 하나만 죽고 끝나지 않았을까. 다른 동지들은 전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일들이 총알보다 더 아프게 가슴에 박혔다. 이제 와서는 전부 무용한 회한에 불과한데도.
눈앞이 핑 돌고 시야가 흐렸다. 이런 어설픈 지혈로 잡힐 출혈이 아님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늦었다는 게 느껴졌다. 앞으로 길어야 몇 분……. 나는 외면하던 진실을 받아들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언제나 임무 전엔 죽음을 각오했었고, 여태 죽을 위기도 몇 번이나 넘겨왔지만……. 이렇게, 끝인가.
“흐윽, 하…….”
죽음이 턱밑까지 차올랐음에도 전혀 줄지 않는 고통에 표정을 찌푸렸다. 눈을 감고 힘겹게 숨을 몰아쉬다가 떨리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자, 왼손에 들린 총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반사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탄환은 아직 남아 있다. 그렇다면……. 나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총을 들었다. 뭘 겁내는 거야, 서 윤. 어차피 곧 죽을 건데, 과다 출혈로 죽나 자결하나 그게 그거 아니야? 그렇다면 더 빨리 고통을 끝내는 쪽을 택하는 게 맞잖아. ……나는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총구를 내 관자놀이에 갖다 대었다.
“…….”
총을 든 손이 형편없이 떨렸다. 차가운 금속이 머리에 닿자 심박수가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갑자기 숨이 턱 막혀왔다. 정말, 정말 방법이 없나?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기면 내 인생이 끝난다고? 정말, 이렇게, 이런 곳에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비참한 꼴로…
“……흐읍.”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며 입에서 먹먹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조금 후에서야 내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싫어. 죽기 싫어. 무서워. 죽고 싶지 않아. 진이가, 우리 율이가 날 기다릴 텐데. 안 돼. 아침에 제대로 인사도 못 했는데. 그게 끝이면 안 되는데. 우리 율이 아직 어린데. ……어떻, 어떻게 해야 해? 어떻게 해야 살아 돌아갈 수 있지? 현이를 따라 성당에 가야 했을까? 가서 신을 믿고 기도했다면 신께서 나를 살려주셨을까? 아니, 차라리, 총에 맞기 전으로, 오늘 아침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약한 생각을 밀어내고 총을 내렸다. 바닥에 닿은 손등이 액체에 닿아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숙이기가 힘들어서 시선만 내려 아래를 보자, 바닥을 흥건히 적시고 있는 핏물이 보였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붉은 것에 잠시 아찔한 기분을 느끼다가 자조했다. 나는 자결조차 하지 못하는 약해 빠진 놈이었구나. 조국의 봄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고 맹세했으면서 고작 이런 것도 못 해서야. 한심하기 그지없긴…….
눈물 때문에 흐린 시야가 어둡게 감겨들었다. 이제 눈꺼풀을 들어 올릴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멀리서 들리는 순사 놈들의 고함, 희미하게 울리는 총성, 그리고 나를 괴롭히던 총상의 고통까지. 전부 다 멀게 느껴졌다. ……정말로 죽는다는 걸 알았기에 너무 무서워서 울고 싶었다.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가쁘던 호흡이 서서히 느려졌다. 고개가 힘없이 숙여지며 머리카락이 얼굴을 간지럽혔다.
……대한 독립 만세.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숨을 거뒀다.
“……헉.”
……눈을 떴다. 내가 죽었던 그 골목에서 쓰러진 채로. 사지에 멀쩡하게 힘이 들어갔다. 죽을 것같이 아프던 복부도 멀쩡했다. 어떻게 된 일이지? 나는 상체를 벌떡 일으켜서 옷을 들춰보았다. 피로 물들어 있는 셔츠 아래에는, 바람구멍은커녕 생채기조차 없었다. 총상을 입었던 곳을 힘주어 눌러 보아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바닥에 떨어진 총, 피로 젖은 옷, 벽과 바닥에 흥건한 핏물. 무엇 하나 내가 죽기 전과 다르지 않은 게 없었다.
“무슨…….”
심장이 멀쩡히 뛰고 있었다. 호흡에 이상이 없고, 체온도 적당히 따스했다. 복부는 물론이고 몸 어디에도 피를 흘릴 만한 상처가 없었다. 이게 말이 되나?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두려움에 반사적으로 손이 떨렸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나는 분명히 죽었다. 죽었는데…….
“아, 여기에 있었나. 어쩐지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등 뒤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돌렸다. 진압봉을 든 순사가 골목 끝에서부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온몸에 긴장이 돌며 숨이 차올랐다. 방금까지 하던 생각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었다. 반사적으로 총을 쥐며 몸을 일으켰다. 막다른 골목. 퇴로는 앞쪽. 놈의 무기는 진압봉 하나. 허리엔 총이 없다. 겨우 한 명. 빠르게 결정을 내린 나는 망설임 없이 놈에게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큰 소리와 함께 총알이 곧게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나 역시 달려 나갈 준비를 하고, 발을 땅에서 떼려는 순간.
“내게 총을 겨누는 이는 오랜만이군.”
팅그르르……. 총알이 놈에게 닿지 못하고 그의 발치에 툭, 하고 떨어졌다. 순식간이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할 수조차 없었다. ……뭐지? 막은 건가? 총알을? 대체 뭐로? 이 상황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런데 놈 역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놈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더니 천천히 걸어왔다. 총을 든 손이 떨리는 바람에 다른 손으로 붙잡으며 다시 놈에게 총을 쐈다.
총성이 세 번 더 울렸다. 그러나 어느 것도 놈에게 닿지 않았다. 아까처럼 총알 세 개가 바닥을 나뒹굴 뿐이었다. 조준은 정확했다. 놈이 몸을 움직여 피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데…….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놈은 내가 총을 쏜 건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는 투로 태연하게 내게 말을 건넸다.
“나는 그대의 적이 아니다. 그러니 경계를 거둬주지 않겠나?”
“……허.”
총을 거두라는 것도 아니고, 경계를 거둬달라고. 이해되지 않는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나는 그대로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이 떨어졌는지 더는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지는 기분이었다. 여분의 탄창은 있지만, 갈아 끼울 틈이 있을까? 총알을 막아내는 미친놈을 앞에 두고?
“……적이 아니면 뭐지? 네 이름은?”
잠시 망설이다가 총을 내리고 놈에게 물었다. 그러자 놈은 잘했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기분 더럽군.
“셀레스티아라고 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대의 편이지.”
“……뭐?”
순사 옷을 입고, 누가 봐도 일본인처럼 생긴 놈이 태연하게 영어권 이름을 댔다. 그것도 한 점 어색함 없는 조선어로. 이게 무슨 소리지. 내가 당황한 사이 놈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와 있었다. 조금 긴장되었지만 공격이 닿기엔 충분한 거리였다. 나는 총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동시에 품에 숨겨두었던 단검을 꺼내 놈의 목을 노리고 휘둘렀다.
“……더 할 셈인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건 충분히 알았을 텐데.”
매끄럽게 허공을 가르던 검날이 뚝 멈췄다. 놈이 내 손목을 틀어쥔 탓이었다. ……말도 안 되는 반사 속도였다. 떨리는 한숨을 내쉬며 나는 단검을 바닥에 떨궜다. 더는 남은 수가 없었고, 분하지만 저 말대로 난 놈의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나는 체념하며 몸에 힘을 풀었다. 그걸 느꼈는지 놈도 내 손목을 놓았다. ……바로 죽이려나. 아니, 죽일 무기는 없는 것 같았으니 끌고 갈 셈인가. 어떻게 내가 살아난 건지는 모르겠지만, 끌려갈 바엔 그냥 아까 죽는 게 나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혀를 깨물지 고민하다가 그만두었다. 놈의 반사 신경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것 같았다. 총알도 막아내는데……. ……그건 정말 어떻게 한 거지?
“총알은 어떻게 막은 거지.”
“간단한 방어막이다. 그대도 금방 배울 수 있을 거다, 서 윤.”
“……뭐?”
대답이 돌아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아서, 놈이 이상한 소리를 해서, 그리고 내 이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 방어막? 내가……배울 수 있을 거라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날 심문실로 끌고 가려는 게 아니었나?
“무슨……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그런 걸…….”
“배우지 않을 건가? 그건 기초 중의 기초다.”
“네놈들이 총알을 막는 기행을 배우는 줄은 몰랐는데.”
내 말에 놈이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했다. 개소리로 들린다는 걸 이제야 안 건가? 내가 노려보는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로, 놈은 들고 있던 진압봉을 지팡이처럼 짚었다.
“그대가 적대하는 것이 경찰이었군. 나는 경찰이 아니라 대법전 소속이다.”
……놈의 복장이, 외향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검은 순사복은 온데간데없고, 고급스러운 양장을 입은 검은 머리의 여인이 눈앞에 서 있었다. 눈 색이 푸르렀고 이목구비는 미국인에 가까웠다. ……말도 안 돼.
“……이게 무, 슨.”
“다시 소개할까. 나는 대법전 소속 마법사, 셀레스티아 루미네 라스테리아. 그대를 데리러 왔다.”
놈이 상냥한 투로 말하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보고만 있었다. 대체 뭐지? 사내놈 아니었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는데, 아까와 똑같은 이름을 댔어. 같은 사람이라는 건가? 아니, 사람이 맞나? 나를 데리러 왔다는 건 무슨 뜻이지?
“나를, 왜……?”
“그대 역시 마법사니까. 이제 막 각성한 햇병아리지만.”
놈이 내밀었던 손을 내려서 굳어 있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그러자 내 옷과 몸에 묻어 있던 혈흔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러고는 놈의 손에서 떠오른 물방울이 벽과 바닥에 묻은 핏자국 역시 지워냈다. …나는 멍하니 내 옷과 주변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니까, 이, 게, 마법이라고……?”
“그래. 보아하니 부활한 것 같은데, 몸 상태는 괜찮나?”
“……부활?”
그 단어를 듣자마자 손이 반사적으로 바람구멍이 났던 복부를 짚었다. 부활이라고? 천주교에서 말하는 그……부활? 정말 죽었다가 살아난 거라고? 내가? 내게 그런 힘이 있었다고? 말도 안 돼. 무슨 이상한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거야.
“무슨, 말도 안 되는…….”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그대도 다시 살아난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내가 미쳤거나, 이게 꿈이거나-”
“둘 다 아니니 받아들여라, 서 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래. 저놈……아니, 저 여인의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러면 마법으로는 죽었다 살아날 수 있고, 총을 막을 수 있고, 모습도 바꿀 수 있는 것 같은데. 저 여인은 꽤 능력 있는 마법사인 것 같고, 이제 막 각성한 나를 데리러 왔으며, 내게 호의적이다.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고까지 했지. 그렇다면.
“……그럼 절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아까 그, 모습을 바꾸신 마법……을 제게 써 주십시오.”
“음? 가능하다만, 무엇을 하려고 그러지?”
“저와 동지……제 동료들은 경찰에게 쫓기던 중이었습니다. 순사로 모습을 바꿔서 그들을 찾고 대피시킬 겁니다.”
“…….”
여인이 말을 고르는 듯한 표정으로 침묵했다. 그 반응에 불안감이 몰려왔다. 가능하다고 했으면서 내 목적을 듣자마자 표정이 바뀌었어. 이런 목적이면 안 되는 제한이 있거나, 아니면. 아니면……. 나는 초조하게 여인의 답을 기다렸다.
“그대가 찾으려는 동료들이……혹시 이 자들인가?”
여인이 그리 말하는 순간, 내 눈 앞에 동지들이 죽어 있는 모습이 차례로 지나갔다. 순사 놈들의 총에 맞았거나 잡히기 전에 자결한 모습이었다. 놈들이 동지들의 시신을 걷어차며 아까 총 맞은 새끼는 대체 어디로 내뺀 거야! 라고 소리치는 것도, 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생생하게 들려왔다. 허억. 다리에 힘이 풀려 비틀거리는 나를 여인이 잡아주었다.
“……살릴 수는, 없습니까? 마법으로, 그러니까, 아까 부활 같은……!”
“우자…마법사가 아닌 이는 부활할 수 없다.”
“그런…그런 게 어딨습니까. 저들도 마법사일지도 모르잖아요. 그러니까 제발…….”
나는 간절하게 여인에게 매달렸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대가가 필요하다면 치르겠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그리 애원해도 여인은 단호히 고개를 젓고는 그저 말없이 나를 안아주었다. 등을 토닥여주는 다정한 손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왜 나만. 어째서 나만 살아남았지? 실수를 범한 건 나인데 왜 내가 살고 저들이 죽었지? 내가 죽어야 했잖아. 내가…….
“서 윤. 진정해라.”
“허억, 헉, 흐읍,”
“천천히 숨을 들이쉬어라. 그렇게.”
여인이 나를 달래듯 감싸안았다. 그럼에도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심장이 죄책감으로 빠르게 뛰었다. 차라리 멈추면 좋을 텐데. 동지들은 나 같은 것보다 더 제대로 된 사람들이었는데. 왜 내가 마법사야. 왜 동지들은 마법사가 아니야?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다. 나를 헐뜯고 비난할수록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다시 죽는 건가. 마법이고 뭐고 역시 다 환상이었던 걸까? 여전히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복부가 아니라 심장 쪽이, 아니, 어디가 아픈지도 이젠 모르겠다.
“……나 역시 대법전으로 오기 전엔 이런 상태였지. 그래서 운명이 내게 널 안배해 준 것인가.”
여인이 무어라 중얼거리는 것 같았는데 잘 들리질 않았다.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걱정 마라. 내가 스승으로서 너를 지켜주마. 얼마든지 내게 의지해라, 서 윤.”
스승이라는 말만 희미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왜? 나는 그렇게 쓸모 있는 인간이 아닌데. 제 역할을 다하지도 못하는 머저리인데, 당신은 어째서 내 스승을 자처하는 걸까. 알 수가 없었다. 나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며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여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손으로 내 눈을 덮었다.
“……잠시 눈을 감고 있거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주마.”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고,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느끼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스승님과의 첫만남에서 총 갈기고 단검부터 휘두른 제자.
하지만 다음 대면부터는 깍듯하게 각잡힌 인사 올리며 스승님이라고 부릅니다.
셀레스티아가 윤이를 찾아오게 된 건 어느 천애의 예언 때문이었습니다. '네 제자가 될 이가 죽을 위기에 처하니 잘 건져 와라.' 같은 느낌을 생각했어요.
예전에 썼던 로그보다 좀 더 윤이 캐해를 현재에 맞게 수정해봤습니다. 25살 우자 윤이는 죽음을 각오하긴 했어도 정말 죽기 전에는 엄청 떨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동생들도 찾으며 보고 싶어하고, 걱정할 거고요.
초앵 청현이 덕에 부활해놓고, 죽기 전에 동생들만 찾고 청현이는 안 찾은게 뻘하게 웃기네요. 청현이가 알면 서운해하겠어요. 하지만 금방 털어내고 그런갑다 하겠죠. 양기쾌남이란 그런 겁니다.
죽기 전에 대한독립만세. 외치는 건 도저히 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독백으로 바꿔서 넣었습니다 ㅎㅎ
윤이가 셀레스티아에게 총을 몇 발이나 갈기는 동안 순사들이 이쪽으로 안 온 건 셀레스티아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차단하고 주변에 인식 저해 마법을 걸었기 때문... 정도로 설정했는데 작중에 나올 일이 없었네요. 여기서라도 주절거리기.
셀레스티아가 윤이 동지들이 죽은 걸 보여준 건 속주-공감입니다. 아실 것 같지만 혹시몰라 덧붙이기
로그 이후~ 윤이는 대법전에서 좀 진정된 상태로 깨어나서 상황을 파악하고, 마법과 대법전에 대한 걸 대강 듣고 일단 인계로 돌아갑니다.
윤이 과거 로그 1에서 윤이가 동료들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돌아와 청현이를 만나던 그 장면으로 이어지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